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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노년기 우울증

작성자
대외협력팀
등록일
2010/11/30
조회
1316
노년기 우울증



혼자서 살고 계시는 70대 후반의 할아버님을 따님께서 모시고 정신과 외래를 방문하셨다. 따님은 서울에서 생활하시면서 한 달에 한두 번씩 할아버님 집을 찾아와 보살펴 드리곤 했는데 할아버님이 수개월 전 부터 차츰 모든 일을 귀찮아하시고 외출도 통 안하시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자주하셔서 불안해서 서울로 돌아갈 수 없다고 걱정하셨다.

심장내과에 입원하고 계시던 70대 초반의 할머님을 진찰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면담을 하게 되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빨리 뛰며 머리가 매일 아프고 소화도 안 되는데 병원에서는 제대로 고쳐주지도 못한다면서 불만이 많으셨다.

두 분 다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는데 현재 한분은 증상이 완전히 호전되었고 다른 한분도 증상은 조금 남아 있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편해졌다고 하셨다. 이처럼 노인 분들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상은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통해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들은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하거나 굳이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시기도 한다. 일하는 것도 아닌데 말수가 줄고 활동량이 줄어든다고 문제가 있겠냐고 생각하시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 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경우에서 지속적으로 몸이 아프고 말수가 줄고 활동이 적어지는 것이 우울증 때문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상실과 이별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또한 지속적으로 아픈 곳이 생겨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장년기에 비해 노인들이 흔하게 경험하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 자녀들의 무관심, 배우자의 죽음, 신체기능의 저하 및 만성통증, 직업 및 권위의 상실 등으로 인해 많은 노인분들이 우울증이나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의 노인 분들은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표현을 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증세가 상당히 진행을 한 후에 문제를 발견하기도 한다.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하지만 자살기도와 같이 극단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인들의 자살은 단순한 약물과다복용이나 경미한 신체자해 등과 같이 덜 위험한 자살기도에 비해서 선택하는 방법이 훨씬 위험성이 높고 자살성공율도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게 된다.

모든 병들이 그렇겠지만 우울증도 예방과 조기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다. 힘들고 지치고 외로워지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혼자 생활하시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 분들에 대한 사회의 배려가 중요하다. 행복한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첫째는 건강, 둘째는 경제력이라고 대답했다. 노년에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미리 신체적인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개인 및 사회차원에서 노력하고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현재의 노인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노후대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생활했던 분들이었다. 하지만 자녀들에게만 부모님들의 생계를 떠맡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생활이 힘든 노인분들에게 연락조차 거의 하지 않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현실이다.
노력과 배려가 지속된다면 사회적으로 노인분들의 우울증이 상당히 감소하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수의 노인들이 우울증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조기에 빨리 치료를 받게 도와드려야 한다. 앞서 기술했던 것처럼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되면 우울증상은 소실되거나 많이 회복될 수 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노인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고 우울증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증가한다면 조기에 노인 분들의 우울증을 발견하여 전문의에게 의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리어왕에서 리어왕은 못된 장녀와 차녀에게 재산과 권력을 넘겨 준 후 냉대를 당했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셋째 딸마저 잃고 슬프게 운명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상존하고 있다. 건강한 노인 분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정과 사회를 꿈꾸어 본다.


정신과 이강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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