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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중년기 우울증

작성자
대외협력팀
등록일
2010/11/30
조회
5336
*중년기 우울증



2006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우울 장애가 평생에 걸쳐서 한번이라도 발생할 확률이 남자는 3.8%, 여자 8.4%에 이르며 전체 인구에서 보면 6.1% 정도라고 한다. 또한 성별에 따라서 우울증이 잘 생기는 시기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 남자에서는 40대 및 50대에, 여자의 경우에는 20대와 50대에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이나 유럽, 뉴질랜드의 15-20%에 비해서 다소 낮은 수준인데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에서 우울증이 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적 배경인 유교적 관습 상 자신의 우울한 기분을 남에게 표현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해 힘든 상태에서도 억지로 참고 의연하게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으므로 실제로 존재하는 빈도보다 낮게 조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사회인구학적 요인이 우울증의 발병에 위험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진 것은 이혼, 별거, 사별 등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우울증의 발병 위험성이 미혼에 비해 약 2.5배, 기혼에 비해서는 약 4배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저학력, 실직 상태, 저소득 등의 요인이 있을 경우 우울증의 빈도가 높아지므로 우울증은 일종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남자의 경우에는 농촌 지역에 비해 도시 지역 거주자에서 우울증의 빈도가 높다.

또 한가지 우울증의 중요한 예측 인자는 어린 시절에 심각한 심리적인 상처를 받은 경험이다. 10세 이전에 부모를 상실하였거나, 폭력을 경험한 경우에는 그 사람이 성장한 후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 어린이들은 외부의 현실에 대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므로 쉽게 좌절감, 무력감, 절망감을 느끼고 무엇을 어찌할 바 모르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스트레스에 취약한 뇌의 여러 부위가 만성적으로 민감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그 어린이가 성장한 이후 다시금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본격적인 우울증이 발병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의 어린 나이 때부터 좋은 성적을 요구 받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이 자신이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 자포자기하여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면서 반항적인 행동을 일삼는 비행 청소년으로 살아가게 되거나, 심지어는 자살로서 생을 일찍 마감하는 비극적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 주요우울장애

우울증에는 크게 주요우울장애와 이 보다는 경미한 상태인 기분부전장애가 있다. 주요우울장애의 주요 증상은 1)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2)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3) 체중 증가나 체중 감소, 4) 식욕의 증가나 감소, 5) 거의 매일 나타나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6) 정신운동성 초조나 지체, 7) 피로나 활력상실, 8)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9)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특정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생각 등이다. 서양 사람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우울 증상으로는 1) “왠지 모르게 피곤하다”는 피로감, 2) “정신이 없고 깜박깜박 한다”는 집중력과 기억력 감소, 3)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쩔 줄 모르겠다”는 불안, 4) “사람 만나기가 무섭고 피하고만 싶다”는 대인관계 회피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에는 울적하고 슬픈 기분을 경험하기 보다는 매사에 과민해지고,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며, 조그만 자극에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든지 하는 증상을 보일 때가 많다. 사실은 자신의 심리 속에는 외로움이나 공허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달래기 위해 습관적인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부분의 알코올 의존 환자의 심리적 밑바탕에는 절망감, 좌절감, 불안, 서글픔 등의 우울증상이 자리잡고 있다.



- 기분부전장애

기분부전증은 주요우울장애와 비슷하지만 증상이 좀 더 경미하게 나타나는데 대부분 10대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시작하여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항상 울적해 보이고 활동량도 적으며 무력하게 일상을 보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 화병

화병은 울화병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적 진단으로 국제적으로도 그 존재를 인정 받고 있다. 오랜 시절 화, 분노, 우울 등의 감정이 몸에 축적되어 오다가 큰 스트레스가 있거나 나이가 들어 몸에 허약해지는 때에 충격에 의해서 드디어 폭발하여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하는 상태인데, 간단히 말해서 “화가 나서 몸이 아픈” 병이다. 환자는 가슴이 답답하다든지,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 가슴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등을 호소하는데 몸 안의 신경 호르몬의 균형이 깨어져 있으므로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인간의 뇌는 기분이나 감정의 연결 부위이다. 감정적으로 놀라게 되면 심장으로 이어진 신경 때문에 가슴이 뛰게 되고, 눈으로 연결된 신경 회로에 의해 눈이 뿌옇게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신경 경로를 통해 어지러움과 입마름도 흔히 경험하게 된다. 옛말에 ‘비위가 좋다’ 는 말은 스트레스에 의해 쉽게 불안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화병은 중년 이후 여성에서,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많은데 특히 폐경기 이후에 잘 발생한다. 대개 억울한 감정을 참고 살아오다가 10년이나 지나서 병원에 늦게 온다. 인간 관계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이나 시부모로 인한 시집살이, 고통스런 결혼생활, 가난, 고생, 사회적인 좌절을 겪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화병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긴 역사에 걸쳐 수난을 많이 겪어서 민족의 한이 서려 있기 때문인데 ‘한’이라고 하는 것은 열등감, 패배의식, 적개심, 체념 등이 뒤섞인 감정의 복합체이다.



- 정상 애도 반응

배우자나 부모 등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하였을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애도 반응을 보이게 된다. 대부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슬픈 감정과 이와 동반된 여러 우울 증상이 서서히 호전되는 것이 보통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 증상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아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만일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후 증상이 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 생활에서 현저한 기능 장애, 인생의 무가치감에 대한 병적인 집착,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자살 사고, 피해망상, 환청 등의 정신병적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즉각 정신과 의사를 찾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좋다.



- 우울증의 원인 및 진단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유전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외부 환경의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우울증이 발병한다. 그러므로 이전에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에서 다시 우울증이 재발할 확률이 높으며, 우울증의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도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산후에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대개는 3일 내지 1주일 이내에 회복되는 경미한 경과를 밟으나 종종 1개월 이상 지속되고 증상도 심각한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한번 산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 임신 때도 다시 산후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외 루프스, 갑상선 질환, 당뇨병, 파킨슨병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 이차적으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므로 우울증이 심각할 경우 혹시 이러한 질환이 없는지 검사를 하게 된다. 드물게 뇌종양 등의 뇌 신경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반드시 뇌영상 촬영을 하여 확인한다. 특히 중풍 등 뇌혈관질환이 있을 경우 중풍으로 인한 뇌신경학적 증상은 회복되었는데도 이차적으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풍으로 인한 자신의 기능 상실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그럴 수도 있으나,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우울증과 관련된 뇌 신경계 부위에 직접적인 손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 상태가 되면 뇌에서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계의 변화가 오게 되고, 호르몬의 변화도 유발된다. 장기간 우울증을 앓았거나, 여러 차례 재발한 경우에는 신경 세포의 손상도 동반되므로 우울한 감정뿐만 아니라, 기억력, 집중력, 충동 억제 능력 등의 인지 기능 손상이 동반될 수 있다.



- 우울증의 치료

우울증 치료에는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정신약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항우울증 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항우울증 약물은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 뇌 신경계와 신경호르몬의 이상을 교정하여 준다. 대부분의 사람이 “정신과 약은 오래 먹으면 중독된다”는 막연한 오해를 갖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의 지시에 잘 따르면 의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뇌 세포에 대한 손상도 없다. 오히려 동물 실험에서는 만성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 뇌 세포 손상이 항우울증 약물의 장기적인 투여로 뇌 세포의 재생을 통해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항우울증 약물을 복용하면 우울한 기분이나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이 좋아질 뿐 아니라 기억력, 집중력 등의 인지 기능 저하도 회복될 수 있다. 우울증은 쉽게 재발하는 병이므로 충분한 기간 동안 항우울증 약물을 복용하고 증상이 오랜 시간 동안 안정된 이후 서서히 약물의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

우울증이나 화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좋다.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능한 흑백 논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현실에 맞게 절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스스로 자신이 흥분 할 때의 몸의 반응을 알아채고 몸의 반응이 나타나면 몸의 증상에 신경을 쓰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자신을 바꾸는 방법으로는 1) 자신의 성격을 긍정적으로 개선한다, 2) 쓸데없는 피해의식을 줄인다, 3)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4) 낙천적인 생각을 하도록 한다. 낙천적인 생각은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 시켜 젊음을 유지시키고 암세포를 파괴시킨다. 반면 부정적인 생각은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노화를 촉진하고 암 발생을 유도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행동으로는 1) 좋아하는 옷을 입고 외출한다, 2) 자원봉사를 한다, 3) 옛날의 좋았던 시절을 생각한다, 4) 화장이나 옷차림을 색다르게 해본다, 등이 있으며 가끔씩 노래방에 가서 실컷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삶의 태도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친구 등 대인관계를 넓히고 자식에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부부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데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부부이다. 공동의 취미를 갖도록 노력하고 서로의 말을 비판 없이 들어주어야 한다.


정신과 이강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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