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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성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작성자
대외협력팀
등록일
2010/12/06
조회
1196
성교육 이대로는 안된다

산부인과 이향아



내가 그 애를 만난 날은 적당히 선선한 가을바람을 즐기면서 가족들과 산책을 즐기던, 지난 가을 일요일 오후로 기억된다. 더할 나위 없는 느슨함을 즐기고 있는데 온몸의 신경들을 바로 각성 상태로 전환시켜 버린 한통의 전화 “선생님, 빨리 오세요.” 산부인과 전문의의 직감으로 뭔가 응급상황이란 것을 곧 감지한 나는 더 이상의 질문을 뒤로 미룬 채 한달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인즉, 한눈에 보아도 얼굴의 여드름 자국이며 단발머리가 열댓살 밖에 안돼 보이던 한 여학생의 치마 밑을 응급실 당직 전공의 선생이 손으로 막고 있었다.
“애가 나오려나 봐요.”
황급히 분만장에 옮긴 즉시 분출되듯 튀어 나오는 아기를 급히 받았다. 급한 불은 껐다는 생각에 긴장을 누그러뜨리며 열여섯이라는 그 애와 처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이는 일년 전 고등학교 선배 오빠와 이성교제를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부모님께 말해 보아야 혼날 것이 불 보듯 뻔 하니, 둘이서 아기를 키워보겠다는 야무진 계획까지 세웠건만 선배의 부모가 숨기듯 아들을 타지로 전학시킨 뒤에 결국 아이는 혼자 남겨져 버렸다. 가족들은 아이가 살이 좀 찐다고 생각할 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내원 당일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는 딸이 배탈이 난 줄 안 어머니와 동네 의원에 갔다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 오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에 급작스레 아이를 낳았던 아이는 월요일 이른 아침에 학교가야 한다며 급히 교복을 입고 퇴원하였다.


지난 2009년 대한산부인과학회지 발표된 한국 청소년 성행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5.1%의 청소년들이 이미 10대에 성관계를 가지기 시작한다고 답했으나 이중에서 피임법을 알고 실천한다는 청소년은 38%에 불과했다. 당연한 결과로 성관계 경험 여학생의 11.7%, 임신 경험 여학생의 85.4%에서 인공 임신 중절술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대부분 청소년들이 성교육을 받았지만 유익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어느 가을날 응급실에 와서 도망치듯 분만을 하고 갔던 아이는 한국 청소년 8만 명 가까이를 대상으로 했다는 이 연구 결과처럼 이것이 오늘날 한국 청소년들의 모습니다.


기존의 성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개혁으로 혼란에 빠진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좀 더 실제적인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자. 요컨대 성교육 과정에서 성행위 전 거쳐야 할 과정과 성행위의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십대들 자신이 결정한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예측하도록 하여 성적인 한계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한국 교육 현장속의 교육자들의 노고가 가히 짐작이 가기에 짐 하나 더 얹어 드리는 것이 아닌지 송구스런 마음으로 한 딸의 엄마이자 산부인과 의사의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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