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 열성질환 -
어느덧 바람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는 가을이다. 이렇게 기후가 선선해지면 야외 활동의 증가와 함께 가을철 열성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추수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으로는 신증후출혈열, 렙토스피라증, 쯔쯔가무시병이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이 초래되는 질환으로, 이들의 원인균, 감염 경로, 증상 및 예방 방법 등에 관해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자.
* 신증후출혈열
신증후출혈열은 한타바이러스에 의한 발열, 출혈, 신기능장애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급성 전염성 질환이다. 이 질환의 원인 바이러스가 1976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후,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여러 종의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0∼11월과 5∼6월에 발생하고, 야외활동이 많은 농부나 군인 등에게 발생한다. 원인 바이러스는 들쥐의 배설물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사람이 이들 배설물을 흡입하면서 감염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지는 않으며, 평균 잠복기는 2∼3주 정도이다. 이 질환의 증상 경과는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 이뇨기, 회복기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다. 발열기에는 갑작스런 발열, 두통, 근육통으로 시작되어 얼굴과 목에 햇빛에 탄듯한 홍반이 나타난다. 또 발열 후 3∼4일이 지나면 입천장이나 결막, 겨드랑이 등에 점상 출혈이 생긴다. 저혈압기에는 발열기 이후에 열이 떨어지면서 혈압 저하가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의식변화와 같은 쇼크가 발생한다. 핍뇨기에는 혈압이 다소 상승되나 소변량이 감소하며 혈뇨나 위장관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뇨기에 접어들면서 소변량의 증가로 인한 수분 소실과 전해질 이상이 발생하여 중추신경계나 호흡기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아직까지 신증후출혈열에 대한 선택약제는 없지만 발병 초기에 입원하여 안정을 취하고 대증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인공투석과 같은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예방방법으로는 유행지역의 산이나 들에 가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야외에 갈 때는 긴 옷을 입어 피부를 보호하고, 풀밭에 눕거나 자는 것을 금하고, 귀가 시에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몸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
*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1975년 우리나라 경기, 충북지방에 유행하여 다수의 사망자를 냈던 ‘괴질’로, 1984년에 렙토스피라가 동정되면서 확인되었다. 렙토스피라 미생물에 감염된 들쥐, 개, 고양이, 돼지 등의 소변이나 오염된 흙, 또는 물 등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직접 노출되어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9~10월경에 많이 발생하며, 습한 토양이나 물에서 장시간 일하는 40~50대의 농부, 광부 등에게 많이 발생한다. 사람사이에는 전파가 일어나지 않으며, 평균 7~12일간의 잠복기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렙토스피라증은 기침, 호흡곤란, 객혈 등의 호흡기 증상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간혹 대량의 폐출혈이 동반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증상 및 증후나 검사실 소견을 바탕으로 추정 진단 하에 시작하고 신부전, 저혈압, 출혈 등에 대한 지지 요법과 함께 조기에 항균제를 투여한다. 항균제는 늦어도 발병 후 3~4일 이내에 투여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로 1~2주 이내에 회복되지만, 중증 감염인 경우에는 사망률이 5~10%에 이른다. 예방방법으로는 가축에게 예방접종을 시키고, 가능한 논에 고인 물에 손·발을 담그지 않도록 하며, 작업 시에 장화, 장갑과 같은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한다. 그리고 가급적 작업시간을 단축하며, 논의 물을 빼고 마른 뒤에 벼 배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쯔쯔가무시병
쯔쯔가무시병은 발열, 두통, 발진, 가피형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1986년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빈도로 발생되고 있으며, 현재 가을철의 급성 열성 질환의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강원지방에서 발생하는 쯔쯔가무시병의 임상경과가 중한 경우가 많다.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관목 숲에 많이 서식하며, 미생물인 리켓치아에 감염된 진드기 유충이 사람의 조직액을 흡입할 때 리켓치아가 체내로 유입되어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0~11월에 주로 발생하고 사람 간의 전파는 일어나지 않으며, 약 10~12일간의 잠복기를 가진다. 증상은 갑작스런 발열, 두통, 근육통이 생기고, 발병 5일경에 발진이 몸통에서 시작되어 사지로 퍼진다. 특징적으로 진드기가 문 곳에 궤양이나 부스럼딱지가 형성되는데, 유방 밑, 겨드랑이, 서혜부 등에서 흔히 관찰된다. 치료는 유행시기와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추정 진단하여 시작하고, 테트라사이클린계나 아지쓰로마이신이 선택약제이며, 이들 약제를 사용하면서부터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대개 항균제 투여 후 48시간 이내에 열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완화된다. 예방방법으로는 유행지역의 숲에 가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곤충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을철에 발생하는 열성 전염병들은 초기 증상이 단순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져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을철에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지속되거나 유행지역으로 여행한 후에 원인모를 열이 발생했을 때는 임의로 약을 복용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예방에 힘쓰는 것이야말로 이들 질환으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 감염내과 오원섭 -





















